지평 5대
한기석 장인 소개

장인의 삶

조선 왕실 백자.
그렇게 시작한 200년 가업
그리고 다시 30년의 작업.

조선 왕실로 부터 280년 가업으로 도자기를 전승한 집안이었지만 번듯한 공방하나 없었다.

 1대 한영석 장인을 시작으로 하는 지평도예의 역사는 조선 왕실과 관련 있다. 한영석 장인은 조선 왕실이 경기도 광주에 설치한 사옹원 분원 관요의 장인으로 이곳에서 제작을 총괄하는 도편수를 맡았다.
도편수는 관요 최고 기술 장인을 부르는 말로 사옹원 분원 관요는 왕실 종친이 도제조를 맡는 등 왕실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던 국영 자기제작소였다.

 2대 한치수 장인은 조선 말기에 관요 도편수에 오르는데 조선 왕실은 「분원자기공소절목」을 발표하면서 분원을 민영화한 뒤 경영악화로 문을 닫게 된다.
본격적인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이왕직 미술품제작소와 조선미술품제작소, 일본인 공방에서 장인으로 일했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레 성형을 하며 작업을 이어 간다.

 3대 한태석(한태익) 장인은 일제강점기 제작기술을 배웠다고 전하며, 해방 후 격동기 서울의 한국미술품제작소에서 도자 재현작업을 한다.
한국미술품제작소는 미국 록펠러 재단의 원조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었는데 유근형, 지순택, 안동오 등 1세대 전승 도예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였다.
그러나 일찍이 전라, 경상 지방으로 내려가 공방을 개설 하였다고 한다.

 4대 한창호 장인은 선대가 지방으로 내려가 사망한 후 경기도 이천으로 온 것으로 보이며 여러 곳의 전승 도자 공방에서 성형을 담당하는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다.당시 경제적 여건으로 직접 운영하는 공방을 만들지는 못하다. 당시 이천, 광주, 여주 등지의 공방에서 작업자로 활동하며 가업을 전승한다.

1930년대 가족 공동으로 운영한 도자 공방
전통백자 제작에 사용된 전통 목 물레

 5대 한기석 장인이 도자 작업을 전승하겠다는 것은 어떠한 명백한 목표나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 작은아버지, 사촌 등 집안 모두가 도자 작업을 하고 있다는 영향 그리고 어린 시절 가난함을 벗어나고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가업의 계승이었다. 그렇게 가업을 전승한 후 제작기술을 배우고자 많은 공방에서 수련한다.

1970년대 경기 광주 검당요 (가족요)
흙 밝기 작업 중인 한기석 장인의 발

당시에는 조선백자를 재현에 있어 외적인 재현을 중심으로 태토, 유약, 안료 등의 연구가 이루어진 시기로 제작과정 전반을 익히는 수련에 도움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경기도 광주, 이천에서 도자 성형작업을 하는 대장으로 15여 년 이상 현장에서 작업을 한다. 당시는 도자산업의 호황기로 높은 급여를 받고 도평요, 완송요, 고려도요 등 유명 도자공방에 초빙되어 작업하였다.

1980년대 스승 안동오의 번천요 가마 내부
장작가마 소성 후 가마 한기석 장인

1997년 지평도예를 설립하고 백자 작업자로 활동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빛을 내게 된 것은 동아 공예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작가로서 상업적 성공은 4년 뒤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기점으로 한다. 첫해 도자기 엑스포를 통해 젊은 작가로는 처음으로 작품 1점이 고가에 거래되어 지역 도예계는 물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작업은 전승도자를 넘어 동시대 작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 생각은 2007년 제37회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게 되면서 인정을 받았고, 100여 회 이상의 공모전 수상과 190회에 이르는 단체, 그룹전을 거치면서 경기도 광주를 대표하는 백자 작가로 성장한다. 이밖에 해외 활동을 병행하는데 싱가포르 국영방송을 통해 한국 전통 도자 제작과정을 선보였고, 세계관광 장관회의, 심양 국제 박람회, 독일 도르트먼트대학 초대전 등에 참여하였다.


2012년에는 광주 왕실 도자기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과 함께 지역 도자 산업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사장으로 광주 왕실 도자전을 처음으로 개최하였고, 광주 백자 공모전, 광주 왕실 도자기축제, 세계도자비엔날레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 한다. 이후 대통령 국빈선물, 중국국가주석 국빈선물, 일본 문부성, 대한민국 외교부, 국회 사무처 등에 작품이 소장 되었다.

가마 속 열기를 견디듯,
250년의 역사는 다시 이어진다.

이러한 전통 있는 도자 가문임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지평도예의 전통백자가 역사 속 격동기와 해방, 6.25를 거치며 전승 계보를 뒷받침할 기록들이 보존되지 못한 것이다. 현재는 한기석 장인 부부와 아들 한민우가 6대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장작가마 소성 중
2019년 장작가마 소성 중

우리 전통 도자 문화유산은 20세기 산업화 속에 과거의 산물로 취급받아 왔지만, 세월이 흐르고 희소성이 덧붙여지고 장인정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그러했든 어려움을 이겨 낼 것이고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며,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받은 마음을 통해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다, 이것이 장인정신이고, 역사를 이어온 다리이며, 지평도예가 조선 왕실 백자를 만드는 이유이기 때문이다.